33년 만에 문신 합법화 수순…‘문신사법’ 국회 복지위 통과
한국에서 30년 넘게 음지에서만 이루어져 왔던 문신(타투) 시술이 드디어 합법화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2025년 8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문신사법(타투이스트법)’을 의결하면서 비의료인 문신사에게도 합법적으로 시술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그동안 문신은 수많은 국민들이 이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었는데요. 이번 결정은 한국 문신 산업의 지형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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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왜 문신을 불법으로 봤을까?
현행법상 문신 시술은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 근거는 1992년 대법원 판결로, 당시 법원은 문신을 “피부에 상처를 내고 색소를 주입하는 행위로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33년 동안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불법으로 간주되었고, 타투이스트들은 법적 위험을 안은 채 음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문신 경험자가 약 1300만 명, 즉 국민 4명 중 1명꼴로 문신을 경험한 셈입니다. 특히 눈썹 문신, 아이라인 문신 같은 반영구 화장 시술이 대중화되면서 수요는 급격히 늘었지만, 실제 의사가 직접 문신을 시술하는 비율은 1.4%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30만 명이 넘는 **타투이스트(문신사)**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돼왔던 것입니다.
국회 복지위, 문신사법 의결
8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3건의 문신사법을 통합한 정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핵심 내용은 간단합니다.
- 의사에게만 허용되던 문신 시술을 전문 문신사에게도 허용
- 타투이스트가 정식으로 등록·관리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
- 위생, 안전, 교육 기준을 갖춘 합법적 산업으로 전환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신사법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에서 문신 합법화를 약속한 바 있어, 정부 차원의 정책 의지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반발 “문신은 위험한 침습적 행위”
그러나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신에 쓰이는 염료 대부분이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화학물질이며, 중금속 성분이 체내에 잔류하거나 발암성 물질이 포함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또한 “문신은 단순 미용이 아니라 피부에 상처를 내고 이물질을 주입하는 침습적 시술”이라며, 비의료인에게 허용할 경우 감염·부작용·질환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즉, 법안 통과가 ‘합법화 = 안전 보장’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소한의 의학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문신 합법화 논의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화가 이뤄져 있습니다.
- 일본: 원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문신을 의료 행위로 규정했지만,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는 타투이스트의 시술을 합법으로 인정했습니다.
- 영국: 비의료인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으나, 1년 이상 위생·안전·기술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 미국·유럽: 대부분 주·국가별로 등록제, 면허제, 위생관리 기준을 두어 합법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즉, 세계적인 흐름은 ‘전문 문신사 제도 도입 → 위생과 안전 관리 강화 → 합법화’라는 구조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번 문신사법을 통해 비슷한 길을 가게 되는 셈입니다.

문신 합법화가 가져올 변화
- 타투이스트 권익 보장
- 30만 명이 넘는 문신사들이 불법 딱지를 떼고 합법적인 직업인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 세금 납부,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 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 소비자 안전 강화
- 현재 음지에서 이뤄지는 시술은 위생 관리가 불투명해 감염 위험이 큽니다.
- 합법화 후에는 국가가 위생 기준과 자격 요건을 관리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가 줄어듭니다.
- 산업 성장
- 한국 문신 시장은 이미 수조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합법화되면 의료·뷰티·패션 산업과 연계해 더 큰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 해외 관광객을 겨냥한 ‘K-타투’ 산업도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 사회적 인식 개선
- 한때 ‘범죄자 낙인’ 이미지가 강했던 문신은 이제 예술,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합법화는 문신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과제
물론 합법화가 곧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생 관리, 염료 안전성 검증, 자격 기준 마련 같은 세부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합니다.
특히 의료계가 우려하는 감염·부작용 문제를 줄이려면, 국가 차원의 인증 제도와 교육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국처럼 의무 교육 과정 + 면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합니다.
결론: 33년의 음지 역사, 이제 끝날까?
문신은 이제 단순한 ‘불법 시술’이 아니라, 1300만 명이 경험한 생활 문화이자 하나의 예술 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번 국회 복지위의 문신사법 통과는 그동안 음지에서 활동하던 문신사들에게 빛을 비추는 전환점입니다.
남은 절차는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조만간 33년간 불법으로 규정됐던 문신 시술이 합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한국의 문신 문화가 어떻게 제도권 안에서 발전할지, 그리고 K-타투가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